건축가 정기용은 1945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의 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은데, 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를 봤다는 정도만 분명히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는 1964년 서울대 미술대학 응용미술과와 동 대학원 공예과를 거쳤으며, 1971년 프랑스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파리에서 실내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유학은 미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 건축을 향한 고민으로 바뀌게 된 계기였다.
이후 그는 1986년 귀국해 건축사사무소 ‘기용건축’을 설립했다. 서울대·한양대·성균관대·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썼으며, 건축 설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여러 권의 책을 펴냈고, 국내외 유수의 건축상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그의 공공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공공건축, 그리고 그 작업의 발자취를 더듬는 첫 길은 바로 ‘무주’여야 함이 마땅하다.
정기용을 기억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지방의 작은 소도시, 무주다. 그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여 년간 무주 곳곳에서 30여 개의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안성면을 중심으로 한 공공건축 프로젝트는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그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 연보를 곱씹건대 지방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진 것도 무주의 작업을 통해서다.
하지만 정기용이 처음부터 무주에서의 설계 일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