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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노래》,

숙명에 굴복할 것인가, 거스를 것인가?

가족과 일족, 그리고 흡혈. 피로 이어지는 이 세 가지 숙명의 딜레마는 《양의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코드이다. 또한 이는 삶과 죽음 사이의 가혹한 투쟁을 가장 잘 표현한다. 이 핏빛 싸움에서, 소년과 소녀는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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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희망이 없는 세상을, 과연 살아가야 할까? 토우메 케이의 《양의 노래》를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암울해진다. 남매인 카즈나와 치즈나에게는 밝고 희망찬, 아니 어떤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고등학생인 카즈나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것은 겨우 3년뿐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누나만을 데리고 아버지는 어딘가로 떠나갔다. 고아 아닌 고아가 된 카즈나는 아버지의 친구 집에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카즈나는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옛날 집으로 가 본다. 그리고 누나인 치즈나를 만나게 된다. 치즈나는 카즈나에게, 다카시로 가문에게 전해지는 유전병을 알려준다. 유전성 혈액병에 걸린 다카시로 가문의 사람은 혈액 내의 성분을 정기적으로 보충해주어야만 살 수 있다. 그 방법은, 타인의 피 자체를 흡수하는 것이다. 마치 흡혈귀처럼.

단지 누군가의 피를 필요로 하는 존재를 흡혈귀라고 부른다면, 《양의 노래》에 나오는 흡혈귀는 우리가 알고 있던 영화나 소설 속의 존재와는 전혀 다르다. 앤디 워홀이 만든 실험영화에서 그려낸 뱀파이어의 이미지처럼, 치즈나와 카즈나는 피를 보충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쇠약해지는 병자다. ‘당신은 우리를 위험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않아요. 우린 양의 무리에 숨어 있는 늑대가 아니에요.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태어난 양일뿐’이라는 말처럼, 다카시로 가문은 단지 불치의 병에 걸린 것뿐이다. 

흡혈귀
영어로 뱀파이어(​Vampire​). 동유럽의 미신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악귀의 총칭이다. 문학적 원형은 1816년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셀리 등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였고, 지금의 흡혈귀 이미지를 확립한 작품은 브람 스토커의 이다. 전쟁 영웅이자 잔혹한 살인자였던 루마니아 왕 블라드 드라쿨 3세를 모티브로 했다. 십자가와 마늘, 태양을 두려워하고 심장에 말뚝을 박으면 죽는다고 한다. 21세기의 흡혈귀는 귀족적․영웅적 이미지로 변화해, 불사의 생명과 강력한 능력, 아름다운 용모로 표현된다.)

희망도 구원도 없이 파멸로 향하는 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