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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1930년대는 추리소설의 황금기였다. 아서 코난 도일은 그 출발선에 자리한 작가다. 그가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선보인 소설 《주홍색 연구》는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하다가 1887년 <비턴의 크리스마스 연보>라는 잡지에 실렸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의 첫 등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진지하게 관심을 두던 장르는 탐정소설이 아닌 역사소설이었다. 코난 도일은 독자들이 탐정소설은 흥밋거리로 한 번 읽고 말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주홍색 연구》 이후 셜록 홈즈 시리즈는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고, 그 인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안과 의사였던 코난 도일이, 오지 않는 환자를 기다리며 쓴 소설 속 주인공 셜록 홈즈는 불멸의 캐릭터가 됐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독자가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이 캐릭터가 얼마나 인상적이고 매력적이었던지 당시 독자들은 셜록 홈즈를 실재 인물로 여겼고, 시리즈 내내 홈즈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캐릭터 왓슨은 홈즈의 활약상을 기록하는 사람, 작가인 코난 도일은 출판대리인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홈즈의 가공할 인기 때문에 코난 도일은 평생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에게 휘둘리게 된다. 그는 몇 번이나 소설에서 셜록 홈즈를 죽음에 이르게 해서 그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그때마다 홈즈를 되살려 달라는 독자들의 항의에 부딪혀야 했다. 코난 도일은 탐정소설을 쓰는 사이사이 원래부터 쓰고 싶어 했던 역사소설 몇 편을 집필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오늘날 거의 읽히지 않고 제목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셜록 홈즈 시리즈는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가 이토록 오랫동안 굳건한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