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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세 얼간이>,

세 얼간이의 ‘반항 권유서’

우리가 늘 걱정에 빠져 사는 이유는 내 안 어딘가에 소심의 피가 줄줄 흘러서일 것이다. 숨 막히는 일상에서 아주 잠깐 쫄지 않으면 마음속에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노래하는 세 얼간이들. 이들의 통쾌한 좌충우돌 반항기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나의 반항을 꿈꾼다. 심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가슴에 손을 얹고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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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라는 제목에 인도라는 나라를 겹쳐 생각하면 신비로운 나라를 배경으로 한바탕 웃고 즐기는 코믹영화를 생각하기 쉽다. 발리우드 영화(인도의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인도 영화 산업을 통칭한다)의 특징은 인도 전통음악과 춤이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여러 번 등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영시간이 세 시간을 넘기면 지루하다고 해서 노래를 편집했다. 발리우드 영화의 매력을 모르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영화관에서 영화 도중 음악이 나오면 일어나서 영화 속 배우와 함께 춤을 춘다고 한다. 인도에서 영화는, 노래하고 춤추며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환상인지도 모른다.

<세 얼간이> 역시 발리우드 영화의 코드를 갖췄다. 관객들로 하여금 웃고 싶어서 근질거리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하지만 웬걸. 그 웃음의 끝에 이런저런, 꽤 심각한 생각들이 대롱대롱 매달린다. 무한경쟁의 트랙을 숨이 턱에 닿을 것처럼 헉헉거리며 내달리는 우리들의 자화상도 보이고. 

관객들은 무거운 주제와 의미에도 영화 속 세 얼간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한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화면 안의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랫말은 요약부록 같다. 주인공들이 하고 싶은 말, 내가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말을 함축한 노래는 세 얼간이들이 겪어야만 했던 힘든 일을 씻어내고 새로운 웃음을 준비한다.

<세 얼간이>는 대학이라는, 사회의 징검다리에 도착한 세 명의 신입생들의 일기장이다. 인도 1위 대학 '임페리얼 공대'. 1등만을 외치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은 운명에 순응하며 자신의 인생 중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성적뿐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한다. 파라한과 라주도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다. 자신이 꾸는 꿈은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공학도가 되기 위해 1등만을 도맡아온 착한 아들. 그들은 입학식 날 한 마리 미꾸라지를 발견한다. ‘란초’라는 미꾸라지. 파라한과 라주는 졸업 후 실종된 란초를 찾아 떠나면서 그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자신들의 삶을 얼마나 바꿔놨는지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