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에 간 적이 있다. 폐허가 된 사원에는 거대한 나무가 돌 틈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나무를 베어내면 건물 자체가 무너져 내린다고 했다. 사원과 나무는 이미 하나의 생명체였다. 모든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간의 흐름이 무엇인지, 그때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좁은 돌계단을 올라 꼭대기에서 앙코르와트를 내려다보았을 때 낯선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앙코르와트를 내려다보던 누군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오래 전 앙코르와트는 고대 유적이 아니라 생활의 공간으로서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절 그들은 앙코르와트를 보며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많은 시간이 흐르고, 우리들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이 거대한 건축물들을 대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영국의 스톤헨지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뭔가 해석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건축물들이 세워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고대의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을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역사는 반드시 상승하는 것만이 아니다. ‘고대의 불가사의’라는 말처럼, 과거에도 이미 위대한 문명들이 존재했었다. 또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문명이, 혹은 아틀란티스나 무 대륙 같은 전설의 문명이 정말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을 역사라고 부르고 있다.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과거 문명의 흔적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우리의 관점 안에서 해석하려 한다. 우리의 사고틀과 과학 지식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