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메두사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다. 메두사에 감염되면 6주간의 잠복기 이후 곧바로 발병하고 6시간 만에 온몸이 석화하여 목숨을 잃게 된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법도 발견하지 못한 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막대한 부를 가진 재벌이, 치료법을 발견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을 살리겠다면서 메두사에 걸린 사람 160명을 선별하여 냉동수면 시키기로 한다. 160명이 냉동될 ‘콜드 슬립 캡슐 센터’가 위치한 곳은 외딴섬의 고성을 개축한 장소다. 여고생인 카스미를 비롯한 160명은 매스컴의 관심 속에서 무사히 냉동 수면에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후, 깊은 냉동수면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된다. 공룡처럼 생긴 괴물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거대한 가시나무는 이미 폐허가 된 고성 안 곳곳을 휘감고 있다. 카스미, 마르코, 론 등 살아남은 사람들은 수수께끼를 풀기로 한다. 왜 고성은 폐허로 변해버렸는지, 괴물들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등등.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문제는 외부의 괴물과 가시나무만이 아니다. 이미 메두사 바이러스에 걸린 그들은 언제 발병하여 죽어갈지 모른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수수께끼를 푼다 해도 메두사 바이러스의 치료법이 없다면 그들은 죽어야 한다.
이와하라 유지의 《가시나무왕》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절해고도의 섬,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고성,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들, 그들의 목숨을 언제 앗아갈지 모르는 바이러스, 함께 냉동 캡슐에서 깨어났다는 사실 말고는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위태로운 상황. 《가시나무왕》에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난관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가시나무왕》을 보고 있으면 미국 드라마 <로스트>가 떠오른다. 비행기 사고를 당해 깨어나 보니 난데없는 무인도다. 열대의 섬에 존재할 수 없는 북극곰이나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고, 사람들마다 숨겨진 과거가 밝혀진다. 게다가 누군가는 비행기 승객이 아니었고, 무인도라고 생각했던 섬의 지하에는 수수께끼 같은 시설이 있다. 무언가를 알아냈다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수수께끼가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가시나무왕》은 무척이나 <로스트>를 닮았다.
전 6권으로 간단하게 끝나는 《가시나무왕》은 만화보다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준다. 아니 게임 같기도 하다. 《가시나무왕》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모에도, 공포도, SF도, 메카도, 액션도, 던전도, 수수께끼 풀이도, 범인 찾기도, 숙적도,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요소가’ 있다는 평가는 《가시나무왕》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