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4
대중문화, 미디어
목록

영화 읽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봉합하기 어려운, 사람들 사이의 틈

“온 세상 곳곳에 수많은 강이 흐른다. 길고 깊게 흐르는 강, 우리를 가른다.”
누가 부른 노래인지, 어떤 노래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랫동안 불러온 이 노랫말이 떠올랐다. 거창한 차이가 아니어도 그저 작은 틈 하나로 벌어지고 마는 인생살이. 생의 그 세세한 결을 침착하게 펼쳐 보여준, 아주 좋은 이란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image

탄탄한 행복감 속에 있는 순간은 참 짧다. 별일 없는 순진한 시간들 속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숨죽여 있던 갈등이 불거져 나와 일상을 헝클어버리기 일쑤라서. 배신, 복수, 외도, 사고사, 불치병…, 뭐 이런 대단한 고통 때문이냐고? 물론 운명의 수레바퀴를 심심파적으로 돌리는 여신 포르투나 때문에 겪는 고통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사람이 저마다 달라서 생기는 틈 때문인 경우가 더 잦아 보인다. 그 틈이 기회만 닿으면 해결할 길 없는 갈등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이란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이란 영화계의 젊은 거장 아스가르 파르허디 감독의 영화다. 그가 밝힌 연출 의도는 이것.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각자의 선이 갖고 있는 비전의 대립을 통해 현대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는 이란의 중산층 부부 씨민과 나데르의 이혼소송과 별거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갈등이 영화의 전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부의 갈등은, 가사일을 돌보러 온 라지에 부부의 일과 얽혀들고, 그 얽힌 갈등 안에서 또 무수한 문제들이 맞물려 충돌한다. 

배경 음악 하나 없고, 자극적인 사건도 없는 이 침착한 영화는, 그래서 보는 내내 나의 문제로, 우리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세련된 편집과 촬영, 그냥 다큐 같은 느낌의 배우들 연기, 배경음, 효과음 없이도 묘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과 남녀배우상을 석권하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사건의 시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