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영화 <서치>에는 실종된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딸의 전자기기에 접속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서치>를 관람한 많은 사람이 부모님이 자신의 전자기기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절대 실종되지 말아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감상평으로 남겼다. 사실 <서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내 핸드폰, 내 컴퓨터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굳이 밝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이다.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현대인의 이런 마음을 영화의 설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등장인물은 오랜 친구들과 그들의 배우자로, 집들이를 위해 모였다. 사소한 제안으로 이들은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휴대전화로 오는 모든 문자, 앱 알림, 전화 내용을 공개하면 된다. 그래 봐야 밥 먹는 동안인데 공개해봤자 큰일이 나겠냐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나오는 집들이 식사 시간은 우리 생각보다 길고, 이들의 비밀 또한 우리의 생각보다 많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쌍의 부부 중 누군가의 불륜 행각이 드러나지 않을까,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몇몇은 이 사소한 게임 때문에 불륜 사실을 배우자에게 들키고 만다. 불륜이 다가 아니다. 집들이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가 딱 한 사람만 빼놓고 축구하자고 단체 문자를 보낸다거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내의 휴대전화로 요양원 입소와 관련된 문자가 오는 등 사소한 연락 한두 개로 등장인물들의 크고 작은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파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등장인물들의 비밀과 싸움을 흥미 위주로 그려내고, 거기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전부인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진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 드러난다. 영화는 비밀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이들 관계에 생긴, 작지만 무수히 많은 실금을 보여준다. 이들은 결혼, 직장, 자녀 등 삶의 여러 부분에서 상대방을 위하는 척 은근히 깎아내리고 간섭한다. 이를테면 아이를 갖기로 했다는 친구 부부에게 “아이가 없으면 삶에 의미가 없단 생각이 싫어. 편리한 결정일 수도 있다고”라고 말하는 식이다. 친한 친구 관계이나 알게 모르게 우열을 가리면서 생겨나는 은밀한 기싸움은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