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빙그레는 보수적인 회사였다. 옛날부터 꾸준히 송출하던 TV 광고가 주된 홍보 창구였고, 온라인 마케팅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그러다 2014년 빙그레 SNS에 업로드된 ‘맑은하늘 도라지차’ 광고 영상을 통해 전환점을 맞았다. 해당 광고는 뉴스 방송사고 콘셉트로, 기상캐스터가 미세먼지 이야기를 하다 목에 좋은 도라지차 광고로 넘어간다. 그때까지 유례가 없던 이 재밌는 홍보 방식에 소비자들이 반응하자, 빙그레는 마케팅 조직을 개편하고 홍보 방향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펀Fun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소비자들이 이제는 제품의 질보다 신나는 경험을 추구하는 구매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빠르게 파악, 빙그레의 제품을 알릴 때 재미있는 콘텐츠를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빙그레는 2020년 초 ‘빙그레 메이커’로 MZ세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빙그레 메이커란 빙그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빙그레 제품을 의인화한 각종 캐릭터가 살아가는 세계관이다.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 ‘투게더리고리 경’이나 ‘메로나’를 의인화한 캐릭터 ‘옹떼 메로나 부르쟝(유명한 밈 ‘올 때 메로나’를 변형한 이름)’ 등…. 판타지 만화에 나올 법한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젊은 소비자층이 빙그레 제품을 더 친숙히 여기도록 했다. 현재 ‘빙그레 메이커’는 각 캐릭터마다 성우를 캐스팅해 뮤지컬 형식 광고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오직 빙그레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창적인 브랜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빙그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5만 명 이상(2021년 12월 기준)으로, 팔로워가 대개 10만 명을 넘지 않는 다른 식품회사의 SNS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꼬뜨게랑’ 프로젝트 역시 빙그레만의 독창적인 홍보 캠페인으로 꼽힌다. 2021년 6월 처음 선보인 ‘꼬뜨게랑’은 빙그레 제품 중 하나인 ‘꽃게랑’ 과자를 바탕으로 만든, 프랑스 명품을 패러디한 패션 브랜드다. 이름부터가 ‘꽃게랑’을 프랑스어 발음처럼 ‘꼬뜨게랑’으로 바꾼 것. 빙그레는 꽃게랑 과자 모양을 형상화한 ‘꼬뜨게랑’ 로고를 티셔츠와 선글라스, 가방, 마스크 등에 새겨 선보였다. 얼핏 보면 유서 깊은 명품으로 보일 만큼 고급스러운 화보를 제작한 건 덤. ‘꼬뜨게랑’은 신기한 콘셉트로 입소문이 나 거의 모든 제품이 하루 이틀 만에 완판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톡톡 튀는 놀 거리, 즐길 거리를 원하는 MZ세대 입맛에 딱 맞는 마케팅을 벌이는 빙그레는 메타버스까지 진출하고 있다. 2021년 11월 빙그레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를 통해 편의점 브랜드 CU와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이는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협업 마케팅으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마케팅 이벤트는 제페토 안에서 CU 편의점에 방문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클릭하면, 빨대가 우유에 꽂히는 특수 모션이 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페토 CU 편의점 이용객 중 90% 이상이 외국인 MZ세대라 하니, 빙그레 측에서는 이번 협업을 통해 해외 젊은 소비자층에게도 스테디셀러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를 알리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