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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네테스》, 우리 자체가 우주다

20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프라네테스》. 엄청난 우주대서사시가 담겨져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광활한 우주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조금은 색다른 우주시대의 이야기. 우리 자체, 우리 모두가 바로 우주라고 말하는《프라네테스》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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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유키무라 마코토의 《프라네테스》는 우주에의 도전이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미래의 이야기다. 2070년대, 인간은 달과 화성에 주거지를 만들고 목성에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치마키와 유리는 우주의 쓰레기인 데브리스를 회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데브리스를 회수하는 일은 지겹고도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유리는 아내의 유해 혹은 유품을 찾기 위해서이고, 하치마키는 우주선을 살 돈을 모으겠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계획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우주로 나와야만 하는 이유와 열정이 있다. 《프라네테스》는 그들의 삶과 열정을 통해 우주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우주는 결코 꿈이 아니다. 20세기의 츠올코프스키는 ‘지구는 인류에게 요람과 같은 존재다. 허나 요람에서 평생을 보내는 자는 없다. 우리들은 이 요람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일원으로서 짊어져야 할 사명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치마키의 아버지인 고로는 ‘난 이 우주에 오고 싶어서 왔고, 이젠 질렸으니 돌아가는 것뿐이다. 이기적인 게 싫은 녀석은 우주를 개척할 수 없어’라고 반문한다. 그들이 우주로 온 이유는 단지 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창한 이유를 붙인다고 해도 근본적인 것은 그들의 순수한 욕망이다.

하치마키는 목성으로 가는 폰 브라운호의 승무원이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그런 그에게, 후배인 타나베가 질타한다. ‘사랑이 없는 선택은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치마키는 고집스럽게 ‘홀로 살다가 홀로 죽는다. 그게 완성된 우주선원이다’라고 대답한다. 하치마키의 냉정한 현실인식은 우주의 법칙 그대로다. 우주의 가혹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결혼을 해도, 우주 선원은 짧아야 1년에 한번 집으로 돌아갈까 말까이다. 폰 브라운호에 탄다면 7년간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번다고 말해도, 결국 그것은 이기적인 욕망을 위장한 것일 뿐이다. 남편과 자식 모두 우주선원인 하치마키의 어머니는 말한다. ‘좋은 우주선원의 조건은 반드시 살아 돌아오는 것’이라고.

변함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우주 시대라고 해서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구체적인 상황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21세기 말에도 테러조직은 있다. 우주방위전선의 지도자는 아랍 출신인데, 석유가 사라진 중동 지역은 아프리카보다도 심한 기아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은 이제 석유 대신 달과 화성의 광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우주 개발의 목적은 결국 자원의 확보를 위한 것. 그러나 그것조차 모두 소비한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더 먼 우주로 가서 자원을 확보하고, 그것을 다 쓰고 나면 더 먼 우주로. 어리석은 인간이 세기를 거듭하며 되풀이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는 끊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인간에게 꿈이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 자본의 욕망과 뒤얽힐 수밖에 없다. 아무리 추잡한 이윤의 법칙이 우주개발에 존재한다 해도 우주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