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제국'이란 말은 귀에 익다.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들면 아는 게 거의 없다. 페르시아 제국은 지금의 이란 영토에 있던 여러 개의 제국을 부르는 말이다. 보통은 기원전 550년부터 330년, 아케메네스 왕조의 페르시아를 뜻한다. 지금의 이란 고원에서 시작해 로마제국과 이슬람 문화가 태동하기 이전에 거대한 문명을 이룩했다. 서쪽으로 마케도니아와 리비아, 동쪽으로 인더스 강, 북쪽으로 아랄 해, 남쪽으로 페르시아 만과 아라비아 사막에 이르기는 광활한 영토를 지배한 페르시아는, 로마제국에 앞선 최초의 세계 제국이다.
인류 최초의 세계 제국, 페르시아의 전성기를 꼽으라면, 아케메네스 왕조의 세 번째 통치자 다리우스 1세와 그 아들 크세르크세스 1세 때였다. 이들 통치의 중심엔 페르세폴리스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페르시아 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그리스인들조차 모를 정도로 산이 많은 외딴 지역에 세워져 있다.
이란에는 마라톤 종목이 없다?!
페르시아 제국의 전성기는 그리스의 세력 확대 시기와 겹쳤기 때문에, 두 제국은 잇따라 전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다리우스 1세는 유명한 마라톤전투(기원전 490년)에서 패배하는데, 당시 그리스 용사 페이디데스는 마라톤 전장에서 아테네까지 약 40㎞나 되는 길을 달려 시민들에게 승리의 소식을 전하고 사망했다. 이를 기념해 근대올림픽의 부활과 함께 마라톤 종목이 시작됐는데, 같은 이유 때문에 패전국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에서는 지금도 마라톤을 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1974년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마라톤 종목을 제외했다.
페르세폴리스는,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의 도시’란 뜻이다. 이곳은 다리우스 1세가 통치하던 기원전 518년에 짓기 시작해서 150년에 걸쳐 건설됐다. 그 당시 통치자들은 행정 중심지인 수도와 종교·외교 행사를 치르는 왕도를 따로 두었는데, 페르세폴리스가 바로 왕도였다. 나지막한 하르마트 산을 등지고, 대지를 돋우어 만든 높이 12m의 인공 테라스 위에 터를 잡아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돌기단과 돌기둥만 남아 있어 당시의 영광을 짐작만 겨우 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