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주인공 ‘알마’가 ‘톰’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영국 억양에 유려한 말솜씨로 와인을 추천하는 톰을 보며 알마가 매력을 느끼는 찰나, 갑자기 톰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같은 말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 ‘사소한 버그가 발생했으니 고쳐서 다시 납품해 드리겠다’는 서비스센터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알마는 톰이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알마는 고대 설형문자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다. 인간은 언제부터 시와 은유를 표현했는지가 그녀의 관심사. 그런데 이와 동떨어진 연구도 병행하게 된다. 바로 ‘완벽한 배우자’로 설계된 휴머노이드 로봇 톰과 3주간 동거를 해야 하는 것. 알마는 소속된 대학의 요구 때문에 의무적으로 이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버그가 개선된 톰과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고, 동거가 끝난 후엔 인류학자로서 ‘감정서’를 대학에 제출하기로 한다.
영화에서 알마에게 휴머노이드란 매우 양면적인 오브제다. 시와 은유로 충만한 알마에게 논리적인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공지능은 거북스러운 존재다. 그런 알마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사흘이었다.
<아임 유어 맨>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Her>(2013)를 떠오르게 한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았다. <그녀Her>에서는 아내와 별거 중인 ‘테오도르’가 외로움에 사무치다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에 접속하게 된다. 테오도르는 원할 때면 언제든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사만다와 만날 수 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일상을 배우자처럼 챙겨주며 그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심지어 테오도르의 메모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더니 출판까지 진행하는 고난도 작업을 척척 해낸다. 어느덧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더 이상 운영체제가 아닌 인격체로 다가온다.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