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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엉뚱하고 기발한 법률 여행, 현실을 비추다

‘로봇은 살인을 해도 죄가 되지 않을까?’ ‘태권 V는 도로를 달릴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이 부순 건물은 누가 보상할까?’ ‘트랜스포머를 죽이는 것은 살인죄일까?’
이런 기발한 질문들에 사람들은 몇 개나 답할 수 있을까? 정확한 사법적 판단 말이다. 아마도 법조인이 아니라면 쉽게 답하지 못할 듯싶다. 그러나 이젠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라는 독특한 책의 힘을 빌어 그 해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법을 다루지만 어렵지 않다. 아니, 인류가 쌓아올린 지혜의 탑인 법은 애초부터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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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배트맨, 슈퍼맨, 엑스맨 등 수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는 언제나 통쾌하다. 무자비한 악당에 의해 수퍼 히어로나 그의 친구가 위험에 빠졌을 때는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악당의 승리로 끝나는 영화는 없다. 우여곡절 끝에 수퍼 히어로는 언제나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은 다시금 평화를 되찾는다. 이 땅에 정의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한번쯤 이러한 엉뚱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수퍼 히어로가 악당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손되는 자동차나 건물들. 이에 대한 피해보상은 도대체 누가 해야 하는지 말이다. 혹시 수퍼 히어로가 물어야 하는 건 아닐까? 

악당을 공격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멋진 스포츠카를 번쩍 들어 던진 수퍼 히어로. 악당은 그 공격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다면 그 스포츠카의 주인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니 그저 참고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 값비싼 스포츠카의 주인이 바로 여러분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이제 그 스포츠카의 주인이 수퍼 히어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산이 어마어마하다고 알려진 배트맨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다 보상해줄 정도의 재산이 있으니 말이다. 값비싼 배트카라도 팔아서 보상해줄 수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로 전전긍긍 생활하는 스파이더맨은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초에 악당과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에 봉착하지 않았을 텐데, 라며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수퍼 히어로는 스포츠카를 물어줘야 할까?

법률 세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