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이사(張三李四)’는 평범한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중국 고사성어예요. 여기엔 장(張)씨의 셋째 아들, 이(李)씨의 넷째 아들이라는 뜻이 담겨있는데요, 중국에 두 성씨가 워낙 많다 보니 이런 말까지 생겨났죠. 실제로 2006년 중국과학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씨는 전체 인구의 7.4%로 1위, 장씨는 6.8%로 3위였고, 왕(王)씨가 7.2%로 2위를 차지했다고 해요. 이 세 성을 쓰는 인구가 전체의 21.4%나 되니, 장씨의 셋째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 흔하긴 했겠다 싶어요.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훨씬 심하다는 거 아세요? 옛말에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서방이 맞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그만큼 김(金)씨 성을 쓰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데요. 2000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중 김씨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21.5%나 돼요. 여기에 이(李)씨가 14.7%, 박(朴)씨가 8.5%이니, 김·이·박 세 성씨만 합해도 전체의 44.7%로 거의 절반에 해당하죠. 그래서인지 외국인들은 태극전사들의 유니폼에 적힌 성을 볼 때면 “한국인들은 왜 이름이 다 똑같으냐?”고 묻는다고 해요. 미국에서 가장 흔하다고 일컬어지는 스미스, 존슨, 윌리엄스의 3대 성을 합해도 2.3%에 불과하니 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당연하죠.
현재 우리나라엔 김·이·박 이외에도 약 300여 개의 다양한 성씨가 존재해요. 그런데 혹시, 성씨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궁금하지 않았나요? 뭐, 태어나자마자 이름과 성씨는 당연히 가지고 있었으니 별로 궁금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늘날처럼 모든 사람들이 성씨를 사용했던 건 아니라고 한다면, 이제 조금 궁금해지나요?
주몽, 온조, 혁거세, 탈해, 알지…. 이들은 각기 고대 국가를 개창한 인물들이에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이들의 성씨가 각각 고(高)씨, 부여(扶餘)씨, 박(朴)씨, 석(昔)씨, 김(金)씨였다고 해요. 이렇게만 들으면, 삼국은 개국 초부터 이미 성씨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삼국시대에 성씨가 최초로 등장한 건 맞지만 건국 초부터 사용했던 건 아니에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후대의 사실이 초기의 사실인 것처럼 시기를 앞당겨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겨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