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시카고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가지런한 도로와 깔끔하게 솟아오른 빌딩들, 맑은 하늘과 일상적인 도시. 그리고 그 너머에서부터 들판과 호수를 가로지르며 도시를 향해 달려오는 열차. 거기, 불현듯 깨어나는 한 남자가 있다. 주인공 콜터 대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는 열차 안. 앞에 앉은 여자(크리스티나)가 말을 걸어온다. 그러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다.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제각각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로 바쁘게 움직인다. 콜터는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어야 할 자신이 왜 시카고행 열차에 앉아 있으며, 여자는 왜 자꾸 자신을 ‘션’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무슨 상황인가 싶던 관객의 궁금증은 8분 뒤 찾아온 열차 폭발과 함께 새롭게 시작된다. 폭발은 꿈이었던 걸까? 콜터는 멀쩡하게 살아 있고, 심지어 그가 말했던 대로 어떤 조종석에 앉아 있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그가 임무 중에 잠시 졸았던 것은 아닐까? 예지몽 같은 것을 꾼 건지도 모르잖아? 어쨌든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앞선다. 그리고 콜터를 애타게 부르는 또 다른 여성(굿윈)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콜터는 그녀의 이름 역시 떠올리지 못한다. 게다가 콜터는 그녀가 하는 말들을 이해할 수 없어 하고, 그녀는 자꾸만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며 콜터를 몰아세운다.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굿윈의 눈동자. 궁금증의 연속. 상상의 갈래들로 혼란스러워 질 때쯤, 영화는 다시 처음의 열차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