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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거부권>,

소피의 행복을 가로막은 장본인은 누구?

평생 고독과 외로움에 둘러싸여 메말라가는 한 여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늘 진 마당에 햇살 한 줄기 비껴들듯, 사랑이 찾아왔다. 더불어 행복도 지척에 다가왔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그러나 그녀, 소피는 손을 뻗지 못하고 고사(枯死)하고 만다. 아들 렌돌프 탓이라고?… 무작정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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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리석은 이야기가 또 있을까? 

자신의 체면치레 때문에 어머니의 행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불효막심한 아들 렌돌프는, 어머니가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냉혹하게 거부해버린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 태도, 말투 등은 또 어떻고. 참으로 어리석은 행보다. 

허나 우리들 눈에 그보다 더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은 사실 아들의 반대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는 소피다. 한길을 내다보며 아무 할 일도 없어 먹고 나면 갈색 머리를 땋는 게 일인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행복을 마냥 기다리게 하다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소피(트와이코트 부인)의 일생은 참으로 고독하고 쓸쓸하다. 
왜 그녀는 행복을 지척에 두고도 그리로 날아가지 못하고 참담한 절망이 뒤섞인 속에서 마른덤불처럼 죽어버린 걸까?  

물론 소피의 행복을 가로막은 장본인이 누구냐 물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불효막심한 아들이라고들 하겠지. 그러나 조금 더 깊숙이, 트와이코트 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한 여인의 삶을 옥죄는 또 다른 실체가 언뜻 보인다.  그 실체를 더듬더듬 찾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