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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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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천둥이와 살기

절실하게 친구가 필요해

사랑스럽고 소중한 그녀의 사진을 눈앞에 세워두고 이 글을 쓴다. 그녀를 만나기 전, 내 삶은 암흑 그 자체였다. 이제 그녀가 없는 내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녀가 존재하기에 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행복할 수 있다. 그녀가 누구냐고? 천둥이의 여자친구, 코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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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개끼리 놀아야 해

코코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건강미 넘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3세)다.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혼이 났을 때 빼고는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견생을 사는 그녀는, 심지어 물 마실 때도 기쁘다며 꼬리를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까딱인다. 

그녀를 만난 건 4월 어느 봄날 밤이었다. 어둑어둑한 주택가 골목에서 처음 마주쳤을 땐, 코코는 천둥이를 살짝 경계하는 듯 보였다. 당연하지, 혈기왕성한 남자애가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놀자고 달려드는데 부담스럽지 않을 턱이 있나. 천둥이 친구를 찾아 기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속 입이 헤벌쭉 벌어지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코코 견주와 코코는 천둥이와 나의 적극성에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이냐고? 맞다, 좋아할 일이었다.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두 살된 대형견은 인간이 아무리 데리고 나가줘도 만족할 줄을 몰랐다. 바쁜 네 발을 따라 얼마간 걷고 뛰기를 반복한 인간은 반쯤 오징어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밤마다 두 시간 이상 뒷산을 돌며 달밤의 체조를 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회사 말고 다른 이유로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지 못할 수 있단 걸 알아가며, 내가 자체적으로 내린 솔루션은 ‘개는 개끼리 놀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과는 두세 시간 걸어야 할 것을, 다른 개와 몸 부대끼며 뛰어놀면 한 시간 정도만으로도 꽤 만족스럽기 때문. 으르렁거리고, 부딪히고, 전속력으로 쫓고 쫓기고, 엎어지고, 뒹굴고! 그 역동성은, 인간은 절대 충족시켜줄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베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코코를 만난 건 그런 이유로 천둥이 친구를 찾아주려 온갖 노력을 하던 차였다. 집에서 40분이나 걸어가야 하는 부담을 무릅쓰고 구립 강아지 놀이터에도 데려가 보고, 길 가다가 마주치는 대형견이 있으면 민망함은 개나 줘 버리고 번호도 따 보고(번호를 따 놓지 않으면 영영 다시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