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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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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진화학적 관점에서 본 우리가 서로를 위해야 하는 이유

사납고 힘센 침팬지보다 친화력 좋은 보노보가 더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이유는?
체격이 큰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살아남은 까닭은?
‘다정함’이 바로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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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에 관한 오해, 강한 이보다 다정한 이가 살아남는다 

우리는 ‘적자생존’ 하면 ‘약육강식’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제일 강력한 개체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생각. 하지만 적자생존은 사실 그렇게 피 말리는 개념이 아니다. ‘적자’란 가장 강한 1인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여 대를 잇는 다양한 생물을 의미하는 말로, 달리기가 빠르든 느리든, 몸집이 크든 작든 간에 살아남기만 한다면 의의 있는 존재로 규정된다. 

이런 시각에서 적자생존을 바라보면 살아남기 위해 다른 개체를 짓밟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수많은 개체와 상호작용하며 도움을 얻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다. 이 책을 쓴 진화학자 브라이언과 버네사는 실제로 강하기만 한 동물보다 다정한 동물이 번성한다고 설명한다. 힘센 늑대보다 약한 개들의 개체 수가 훨씬 많은 이유는 개들이 다정해서라는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 책에서는 재밌는 실험을 소개하는데, 두 개의 컵 중 하나에만 음식을 넣고 개와 늑대에게 음식이 든 컵을 알아맞히게 한다. 이때 실험을 주관하는 인간이 음식이 든 컵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러면 개는 신호를 알아듣고 정답을 맞힌다. 반면 늑대는 아무리 가리켜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개는 협력을 위해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으나, 늑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사람 역시 유아 시절부터 상대방의 눈짓과 손짓만 보고도 숨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긴밀한 상호 협력이 가능한 인간과 개는 야생에서 다른 개체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존의 우월성을 확보했고, 마침내 크게 번성했다. 체격이 좋은 침팬지와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보노보와 호모사피엔스가 번성한 까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진화론을 정립한 다윈 역시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 말했다. 

다정함의 양면성

그런데 이토록 다정하게 진화해온 우리는 왜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을까. 정치, 종교, 성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혐오가 범람하는데, 저자들은 그 이유로 다정함의 양면성을 지목한다. 우리는 ‘자기 집단’이라 여기는 대상에게는 충분히 다정하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초면이더라도 반가워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내가 응원하는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친밀함을 느낀다. 문제는 자기 집단을 향한 애착 때문에 외부 집단을 배척하게 된다는 점이다. 뇌에서 이런 작용이 포착되는데, 대부분의 포유류는 ‘포옹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사회적 유대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런데 옥시토신은 내가 아끼는 대상이 위험에 처했다고 느낄 때 공격성을 표출하게 만드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이때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우리의 능력은 힘을 잃고, 상대방을 비인간화하며 그들의 입장을 고려조차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상대 집단에서는 우리 집단에 대한 보복성 비인간화가 발생한다. 이렇게 쌍방 간 비난이 이어지며 혐오가 끊임없이 세를 불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