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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스》, 극한 상황에 처한 후에야 느끼는 현실
15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아이들이 마주하는 세계는 한편으론 잔인하리만큼 냉혹하고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상처를 치료하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자.
어느 여름날, 사춘기 학생 15명이 여름학교에 갔다가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닷가 동굴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 남자의 제안으로 이상한 게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게임의 내용은 거대 로봇을 조종하여 지구를 파괴하러 오는 괴수를 물리치는 것. 그런데 정말로 괴수가 나타난다. 컴퓨터 모니터나 가상현실에서가 아니라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코코페리라는 이름의 남자는 로봇을 조종하여 괴수를 물리친 후에 아이들에게 다음 일을 부탁하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리고 괴수가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아이들 역시 한 명씩 소환되어 전투를 벌인다. 아이들은 인형 같이 생긴 외계인 코에무시에게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듣는다. 매번 한 명이 파일럿으로 소환되고, 로봇은 그의 생체 에너지로 움직인다. 만약 그가 싸움에서 지면 지구가 멸망한다. 싸우지 않고 도망칠 수도 있지만, 48시간 뒤에는 역시 지구가 멸망한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진실은 ‘전투에서 이긴다 해도 그 파일럿은 죽는다’는 것이다. 코에무시는 ‘목숨과 맞바꿔 절대적인 힘을 손에 넣어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지도 않았던 싸움을 계속해야만 하는 걸까?
극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키토 모히로의 《지어스》는 로봇의 대결 자체보다 로봇을 움직여야만 하는 아이들의 삶과 마음을 보여준다. 《지어스》의 세계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아버지가 사라진 후 가장이 되어 동생 세 명을 보살피는 다이치. 그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칠 수 있다고. 어머니가 몸을 파는 일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언제나 위축된 채 모범적으로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소녀 마코.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언제나 그녀를 차별하고 괴롭힌다. 그녀는 과연 그들을 용서해야 할까? 치즈는 선생님을 좋아했지만, 그 선생님은 정말로 사악한 인간이었다. 그는 치즈를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 빠트렸다. 그녀는 지어스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를 죽이고 싶어 한다. 모지는 심장병에 걸린 친구를 갖고 있는데, 그는 모지의 연적이기도 하다. 친구가 죽는다면 자신이 사랑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지이지만, 결국은 자신이 죽은 후 장기를 친구에게 주기로 결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