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 일로 시비가 붙었는데 상대방이 난데없이 폭력을 가해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먹엔 주먹으로 맞서는 것이 끓어오르는 분노가 가리키는 방향일 텐데, 머리 한 편에 자리한 이성은 화를 억누르라 말한다.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라고. 문명인다워야 한다는 교육 탓일까? 그런데 과연 폭력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맞는 답인지는 의문이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인지 말이다.
아니, 현실에선 ‘누군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을 내밀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기 힘들다. 불끈 솟아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힘들고 상처 난 자존심이 쉬이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복수하고야 말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쥐는 벽을 잊어도(夫鼠忘壁) 벽은 쥐를 잊지 않는다(壁不忘鼠)’는 중국 고사도 있지 않은가.
<인 어 베러 월드>의 안톤은 예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려는 듯 어떠한 폭력에도 휘말리지 않으려는 비폭력주의자다. 물론 그 역시 불의의 상황이나 폭력에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이긴 마찬가지. 영화는 덴마크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의사 안톤과 그의 가족, 그리고 큰 아들 엘리아스의 친구 크리스티안이 일상 속에서 목도하는 폭력과 복수의 상황을 덧붙임 없이 담담하게 전한다.
그리고 화면은 끊임없이 안톤이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아프리카 난민 캠프의 상황을 교차시킨다. 살아가는 처지의 격차만큼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이지만 두 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복수의 상황은 본질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폭력이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인간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그 무엇이기 때문일까. 하긴 일상 속에서 묵직한 물음을 던지는 이 영화의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너무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