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콜럼버스>는 1992년에 개봉됐다. 예리한 사람이라면 영화 제목과 개봉 연도 사이에서 어떤 연관성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렇다. 1992년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지 꼭 500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신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를 벌였고, <1492 콜럼버스>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제작됐다. 이 점 하나만 염두에 두더라도 영화에서 콜럼버스가 어떻게 그려질 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영화는 영국, 미국, 스페인이 합작해서 만들었으며,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콜럼버스로, 미국 배우 시고니 위버가 이사벨라 여왕으로 출연했고, 반젤리스의 웅장한 주제 음악과 함께 헐리웃 거장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았다. 최고의 배우와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의 만남, 거기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 덕분인지 영화는 콜럼버스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서구의 입맛에 맞는 콜럼버스 만들기에 치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좀 더 역사와 비교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500년 전, 스페인 왕정은 공포와 미신이 지배했고 무자비한 종교재판으로 꿈을 갖는 자들을 박해했다. 이 절대 권력에 강력히 도전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운명적인 힘에 이끌리듯 어둠의 바다를 횡단하였다. 명예, 황금, 그리고 더욱 위대한 주님의 영광을 찾아서.”
위의 글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자막으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 자막을 통해, 감독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절대 권력에 강력히 도전한 탐험가 콜럼버스’를 그리려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감독이 그리려했던 것처럼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탐험가가 콜럼버스의 참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