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비타민과 몸에 좋은 몇 가지 약부터 챙긴다. 가능하다면 더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면 좋겠지만 항상 현실은 나의 의지와 괴리감이 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아마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위안이 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아지길 갈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위적인 노력을 한다. 간단하게는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든지 특정 약물을 통해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부터 더 나아가서는 라식수술을 통해 시력을 개선한다든지 노화로 생긴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를 맞기도 한다. 때론 의학적인 이유로 임플란트(implant, 의학적 목적을 위해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인공 물질)나 인공관절을 삽입하고 때론 미학적인 이유로 실리콘 보형물을 다양한 크기로 넣는다.
얼마 전부터는 두뇌 임플란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이 손상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뇌에 칩을 이식하는 치료법인데, 쉽게 말하면 컴퓨터의 메모리칩 같은 보조기억장치를 뇌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른바 ‘신경 모방(neuromorphic)칩’인데 이를 통해 기억의 영구 손상이나 치매를 예방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특정 기억을 거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아픈 상처나 트라우마와 같은 나쁜 기억이 회상되는 순간, 칩이 우리의 두뇌 연상 작용에 개입해 이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두뇌 임플란트는 아직 동물실험 단계이고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몇 가지 관련 논란을 살펴보자. 치아 임플란트와 기억 임플란트는 매우 다른 차원의 일이다. 기억은 인간 존재를 규정한다. 그런데 이 기억이 컴퓨터의 마이크로칩과 연동돼 인위적인 전기 자극으로 제어된다면, 인간 존재의 어디서부터가 컴퓨터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일까? 과연 두뇌 임플란트를 시술받은 사람에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