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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인생>으로 살펴본 중국 현대사, 거친 시류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예전에 본 일본 지진에서 살아남은 한 노인의 인터뷰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는 일본이 겪어야 했던 굵직굵직한 역사 위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그리고 현대 일본의 경제부흥과 몰락을 겪었다. 그리고 이번에 불현듯 찾아온 큰 지진과 원자로 폭발까지 경험한 것이다. 다사다난한 인생.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장면들을 그는 보았을 것이다. 그 고된 삶을 살아온 그에게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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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사회나 국가 등의 외부 세계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외따로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삶이 외부로 인해 그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지금보다 개인이 힘이 없던 시절, 그러니까 국가의 흥망성쇠에 따라 목숨마저 왔다 갔다 하던 민초들의 삶은 더욱 그랬다. 그리고 영화나 문학은 바로 그러한 그들의 인생 역정을 포착해서 소재로 삼는다. 장이모우 감독의 <인생> 역시 그렇다.  

영화 <인생>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약 40년 동안 벌어지는 중국 근대사를 따라가고 있다. 평범하게, 그저 평안하게 살고 싶었던 부부의 소망은 격변의 소용돌이로 혼란한 역사 안에서 결코 만만치 않다. 그리고 영화의 시선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미미한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관조하듯 바라본다.   

혁명 전야, 전 재산을 잃다 

동네에서 가장 큰 집에서 사는 전형적인 자산계급 출신 수푸구이는 도박에 빠져서 밤을 새우며 시간을 허비하는 철부지다. 그의 도박중독은 임신한 아내마저 떠나게 하지만, 그럼에도 푸구이는 노름을 멈추지 못하고 결국 빚 때문에 집을 날린다. 늙은 아버지는 화를 참지 못하고 허망하게 숨을 거두고 만다. 푸구이는 전통적인 계급 사회의 막바지에 서 있었다. 온 재산을 탕진한 그는 자산계급에서 무산계급으로 수직 하강한다. 푸구이의 아내는 그가 빈털터리가 되자 돌아온다. 그녀의 바람은 남편과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 남편이 좁아진 집을 두고 사과하자 그녀는 말한다. “이게 우리에게 맞아요.”라고. 큰 실수로 철이 들었을까? 푸구이는 대오각성하고, 한량 시절의 소질을 살려 전통 그림자극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당시 중국 사회는 그야말로 혁명 전야였다. 소련에서 볼셰비키혁명이 일어나자, 중국 지식인들은 혁명을 통해서 신 중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1921년 중국공산당이 창립됐다. 중국공산당은 민주혁명 강령을 제정하고 노동자와 농민들과 함께 혁명 운동에 착수한다. 1924년 쑨원이 이끄는 국민당과 연합하여 민족민주혁명을 일으켰고, 혁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