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6.25전쟁은 좀처럼 감을 잡기 힘든 역사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일제 시대에 대해서만큼은 하나의 상(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주권을 빼앗기는 일만큼 역사적으로 분한 경험은 없을 테니까.
을사보호조약을 맺을 당시부터 해방에 이르는 일제 치하 45년, 어느 하루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겠지만, 1930년대는 그야말로 일본 제국주의가 독을 뿜던 시기였다. 일본은 만주침략(1931)을 필두로 중일전쟁(1937), 태평양전쟁(1941)을 벌이며 제국주의적 침탈을 노골적으로 벌여나갔고, 이에 따라 우리는 정치 경제적으로 모진 시련을 감내해야 했다.
이 지독한 식민지 시대에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1930년대 일제치하 지식인들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하는 난제 앞에서 심각한 고뇌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제국주의는 나날이 힘이 세져가고, 앞날에 어떠한 비전도 찾을 수 없었던 암울했던 그 시절, 문단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주의 문학을 표방하고 일제에 저항했던 카프(KAPF)는 1, 2차 검거사건을 겪으며 해체의 길을 걸었고, 작가들의 전향선언이 이어졌으며, 순수문학을 표방한 구인회(1933)가 결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