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문자의 사용 여부예요. 역사시대는 문헌사료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문헌사료가 없는 선사시대를 이해하려면 현전하는 유물이나 유적을 연구해 당시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러한 연구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선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있어요. 바로 암각화예요.
문자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바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는 현재까지 총 16개의 암각화가 발견됐는데, 그 가운데 역사적·예술적·학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이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예요. 울산으로 흐르는 태화강 상류 반구대 일대의 인공호수 서쪽 기슭에 새겨진 암각화는 댐의 축조로 평상시에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물이 마르면 그 모습을 드러내죠. 1971년 우연히 발견된 이 암각화의 공식 명칭은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蔚山大谷里盤龜臺岩刻畵)’로 1995년 국보 285호로 지정됐어요.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6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그러니까 이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죠. 문자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와 보석 같은 기록을 남겼어요. 그들은 바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 넣었을까요? 그리고 거대한 바위에 힘겹게 달라붙어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류 최고(最古)의 암각화는?
가장 오래된 암각화는 지난 2001년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주 퀴삭 동굴에서 발견된 암각화로, 약 3만 년 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암각화에는 들소, 코뿔소, 매머드 등의 동물과 인간의 모습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이 암각화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도르도뉴주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약 1만 8,000년 전 암각화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