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런 그림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똑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그럴싸한 그림들 말입니다. 조금 달리 보았을 뿐인데 아이였던 것이 노인이 되고, 여자였던 것이 남자가 되기도 하는.
그런가 하면 조금 달리 생각했을 뿐인데 반밖에 없던 물이 반이나 가득 찬 것으로 바뀌는 일도 있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절망이 희망으로, 네모났던 지구가 동그랗게 바뀌기도 합니다. 작은 것 하나 거꾸로 생각했을 뿐인데 마치 야누스처럼 뒤집힌 세상에서 부자는 도둑이 되고, 치료제는 죽음의 약이 되며, 평화는 전쟁이 되곤 하지요. 그저 조금 달리 생각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항상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그 뒷면에 무서운 진실을 숨기고 있었을 때. 혹은 내가 지금껏 알았던 진실들이 조작된 거짓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그런 순간들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찾아옵니다. 바로 이 책처럼.
나와 친구들은 사회문화적 소양을 갖춘 전인적 인간이 되기를 요구받는 게 아니라 암기기계가 되기를 요구받는다. 이것이 나와 친구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는 바보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