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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침몰》, 무엇이 이 사회를 침몰시키는가?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거대한 해일이 밀려와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졌고, 후쿠시마 지역의 원자력발전소도 피해를 입어 방사능이 누출되는 등 극심한 피해를 끼쳤다. 이 심각한 사건을 대하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만화, 혹은 영화가 한 편 있다. 그 제목도 무시무시한《일본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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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재난을 먼 나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해 있어 지진이나 화산 분출이 많았고, 여름이면 태풍 피해가 끊이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일본인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잘 안다.

<일본침몰>(2006)은 그러한 대재앙을, 대지진이 일어나 열도 전체가 침몰한다는 비극적인 상황을 그린 영화다. 이번 지진을 보면 일본인에게 있어 ‘일본침몰’이란 황당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적인 위협일지 모른다. 현실적인 공포를 스크린으로 보면서 조금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한편으론 경각심을 갖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일본침몰>이 인기를 끈 이유는,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를 식민지로 삼았던 일본이 멸망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 하지만 현실의 재앙을 보면, 그런 미움의 과거보다는 현재의 연민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소설과 영화가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

<일본침몰>의 원작소설은 고마쓰 사쿄가 1973년에 발표하여 400만부가 팔린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 당시에도 영화,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금 보기에는 30년이 넘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 속 과학적 언급은 틀리거나 비현실적인 것이 많다. 또한 2006년에 리메이크된 영화 <일본침몰>도 한계가 뚜렷하다. 일본이 침몰할 때 벌어지는 일을 짧은 2시간 동안, 모두 보여주기란 힘든 일이다. 사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 정도다. 

하지만 장편 만화라면 다르다.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단지 스펙터클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드라마도 담아낼 수 있다. 만화로 재탄생한 이시키 토키히코의 <일본침몰>은 원작소설과 기본 골격은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최첨단 정보와 시각으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