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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뒤틀린 운명을 바로잡는 이, 음양사

끝없는 욕망은 조화로운 세상의 질서를 파괴한다. 하지만 욕망을 억제하고 분수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음양사》는 인간이건 귀신이건,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지나친 욕망이 부르는 화를 경고하고 있다. 《음양사》를 통해 인간이 지배할 수 없는 세계의 진리를 깨닫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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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영웅본색>과 함께 홍콩 영화붐을 일으킨 <천녀유혼>은 귀신과 인간의 사랑을 그린 이색적인 무협영화다. 중국의 고전인 <요재지이>의 한 에피소드를 각색한 <천녀유혼>은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잊어버릴 만큼 충분히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다. ‘죽어도 좋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황홀한 귀신의 유혹이 어떤 것인지도 알려준다. 

하지만 인간과 귀신의 사랑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천녀유혼>에 등장하는 도사는 ‘인간은 양, 귀신은 음’이라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를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간과 귀신은 이 세상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만 서로의 자리를 넘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주 가끔, 그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이들이 있지만 결말은 대개 비극이다. 인간과 귀신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있고,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인간이건 요괴건 균형을 깨려는 존재가 있다. <천녀유혼>처럼 그저 사랑 때문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대부분은 허튼 욕망 때문이다. 양보하고 분수를 지키면서 앞에 놓인 길만을 가면 좋으련만 인간이나 귀신이나 솟구치는 욕망을 억누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서로를 침범하고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고 한다. 그때 뒤틀린 균형을 바로잡을 어떤 존재가 필요하다. <천녀유혼>의 도사 같은.

일본에 실재하는 음양사에 관한 본격적 이야기

<천녀유혼>에서 등장하는 도사를 일본에서는 음양사라고 부른다. 오래 전 헤이안 시대에는 궁정에 음양사란 직책이 있었고, 교토를 만들 때 음양사가 전체적인 방위와 모양새를 정했을 정도로 막강한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음양사가 직접 정치에 관여하는 일은 사라져갔지만 아직도 일본에는 음양사란 직업이 남아 있다. 그런 음양사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그린 만화가 바로 《음양사》다. 《음양사》의 원작자는 일본의 유명한 대중작가인 유메마쿠라 바쿠다. 만화를 그린 사람은 오카노 레이코. 원작소설을 읽건, 만화를 보건 모두가 만족스러울 정도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