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작고 흐릿하게 보인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이 생각이 처음 나왔던 600년 전에는 그야말로 파천황[1]이었다. 르네상스의 화가들은 원근법을 정착시켰고, 드로잉의 기본 이론으로 자리 잡게 된다. 원근법은 눈으로 보는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길 때, 일정한 시점에서 본 것 그대로 멀고 가까운 거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회화 기법이다.
원근법은 단순히 과학만은 아니었다. 원근법은 르네상스 그 자체를 뜻했다. 서양 철학에서 ‘보다’는 ‘생각하다’를 의미한다. 원근법의 특징 중 하나는 화가의 시점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인데, 화가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주체가 신에게서 인간으로 옮겨갔음을 뜻했다. 신이 세상의 중심이었던 중세에 원근법이 없었던 이유는 바로 세상을 신의 눈, 즉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중세만 해도 화가들은 배경 처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공간 표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던 화가는 조토였다. 그는 건축물의 모양과 깊이, 중력 때문에 생긴 옷 주름의 변화 등을 실제에 가깝게 그려내는 기법을 고안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원근법 적용 기법에 관한 어떤 자료도 남기지 않았고, 원근법은 그렇게 묻히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