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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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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브레인, 자극 좇는 일상이 행복할까

우주, 컴퓨터, 호두 간혹 돌이나 똥. 종종 뇌에 비유되는 것들이다.
이 리스트에 팝콘을 추가하자. 요즘 뇌는 팝콘에만 반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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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이 되면 졸음을 깨우는 카페인 음료가 잘 팔린다. 처음엔 카페인이 비교적 적은 캔커피나 박카스로 시작하지만 카페인에 몸이 적응되고 다시 잠이 오면 좀 더 센 걸 마시고 싶어진다. 레드불이나 스누피 우유 같은 거 말이다. 이 스누피 우유는 얼마나 카페인이 센지, ‘악마의 우유’라고 불리는데 어떤 편의점에선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레드불과 스누피 우유에 길들면 캔커피나 박카스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의 울음을 달래기 위해 ‘또봇’이나 ‘뽀로로’를 보여준 부모는 이제 아이가 보챌 때마다 장난감 같은 걸로는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한편 도박꾼은 돈도 돈이지만 돈을 땄을 때의 쾌감을 얻기 위해 무리하면서까지 돈을 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더 큰 흥분을 얻기 위해서다. 참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의 뇌는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스마트폰, 팝콘 브레인 현상을 만들다 

고카페인 우유를 마시지 않아도, ‘뽀로로’를 보지 않아도, 도박장에 가지 않아도 그만큼의 자극을 줄 수 있는 게 아주 가까이에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계속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 자극 탐방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다. 미국 워싱턴 정보대학교 데이비드 레비가 만들어낸 용어다. 스마트폰의 게임·동영상을 자주 보는 바람에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안하는 뇌를 빗댄 것이다. 마치 팝콘이 튀듯 자극적인 흥미에만 뇌가 반응한다. 특히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에게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더 큰 문제는 스바트폰을 비롯한 IT 기기 중독이 아이들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뇌 발달을 위해서 아이들은 오감(五感)을 골고루 써야  한다. 그래야 신경세포를 잇는 시냅스에 충분한 자극을 주어 신경회로가 정교하게 형성돼 지능이 좋아지는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이나 동영상은 주로 시청각 자극만 과도하게 한다. 한편 스마트폰 동영상이나 게임은 장면 전환이 너무 빠르고, 미처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집중력, 주의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팝콘 브레인 현상은 큰 해가 된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짧고 단편적인 정보에만 노출돼 정상적인 문해력과 집중력, 참을성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겉으로 보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 태스커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주의력이 결핍된 상태라 한 가지 일도 심도 있게 처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