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을 들여다본다. 어느 궁정 안의 평화로운 한때. 화면 가득 들어찬 사람들. 그들은 가만히 이쪽을 바라본다. 마치 우리가 그림을 바라보듯. 가운데에 가장 밝은 빛 안에 서 있는 앙증맞은 소녀는 공주다. 아직 네다섯 살도 안 되어 보이지만 벌써 고귀한 신분에 맞는 위엄을 가졌다. 그 왼편에서 시녀 하나가 무릎을 꿇고 어린 공주의 시중을 들고 있으며, 오른쪽으로 다른 시녀들과 시종, 보모와 키 작은 광대들, 그리고 개 한 마리가 둘러서 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왜일까? 아마도 그림 안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등장해서일 터이다. 아주 커다란 캔버스 앞에 서 있는 그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의 바깥에 모델이 있다는 듯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림 안에 화가가 있으면 이 그림은 누가 그리는 것인가? 재미있게도 모든 비밀은 저기 뒤쪽 벽에 걸린 거울에 있다. 멀리 작게 보이는 거울은 두 명의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왕과 왕비다. 그렇다. 이 그림은 그림을 그리는 모델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 마치 영화 속에서 영화 촬영 현장을 담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컷’하는 소리와 함께 영화배우들의 반대편으로 장면이 휙 바뀌어, 감독이며 카메라며 스탭들의 풍경이 펼쳐지는….
우리는 이 그림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그림을 보아오던 시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화면 이쪽에 있는 모델의 자리에 서서 화가를 바라보는 동시에, 한 장의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자이다. 이 대조적인 두 가지의 시선을 모두 가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아래 작품_ <시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