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6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빈센트>는 다소 불온한 상상력을 지닌 한 소년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좀비가 된 애완견을 끌고다니는 소년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읽으며 집 앞 마당에 시체가 묻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앞마당을 파헤치기 시작한 소년.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 덕분에 공상에서 깨어난 소년은 크게 낙담한다. 팀 버튼은 <빈센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매우 내성적인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단 혼자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가장 좋아한 TV영화는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 괴물이 나오는 장르였고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같은 미스터리 소설도 즐겨 읽었다.
팀 버튼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공동묘지나 유원지를 찾곤 했다. 이곳에서 느낀 공포와 죽음 혹은 기묘한 이미지는 그가 지닌 상상력의 주요한 모티프가 되었다. 또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책의 여백과 티슈 등에 스케치를 했는데, 풍경화나 인물화가 아닌 자신이 상상한 것들만 그렸다. 그리고 스케치한 것을 버리는 법이 없었다. 이 습관 덕에, 어릴 적 스케치한 캐릭터들은 지금도 그의 작품 속에 주인공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18세가 되자 그는 월트 디즈니가 설립한 캘리포니아예술학교에 입학, 2년 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로 첫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팀 버튼의 기괴한 상상력은 디즈니가 추구하는 철학과는 달랐다(디즈니에서 그를 ‘동심 파괴자’로 불렀다. 생각해보라, 좀비가 된 미키마우스를). 결국 그는 회사를 나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