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대학원생 샤윈스키는 로봇 망원경이 촬영한 성운 사진 90만 장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했어요. 일주일 동안 몰두했지만 도무지 끝낼 자신이 없었어요. 동료 리놋에게 고충을 털어놓자 그가 전 세계에 작업을 공개해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자고 제안했어요. 누구나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사진 속 은하를 분류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만들고, 은하 동물원이라는 뜻의 ‘갤럭시주(Galaxy Zoo)’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집단지성의 대표적인 사례인 갤럭시주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소개됐을 때 많은 천문학자들은 회의적이었어요. 비전공자의 분류가 정확할지 확신할 수 없었고, 누가 이렇게 지루한 작업에 시간을 낼까 우려했지요. 하지만 결과는 달랐어요. 영국 언론사 BBC가 갤럭시주를 소개했고,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성운 사진을 분류하겠다고 수천 명이 몰려들어 시간당 최대 7만 장의 사진이 분류됐습니다. 2년 반이 흐른 후, 갤럭시주 프로젝트는 엄청난 성공을 거둬요. 27만 5,0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90만 장의 성운 사진을 약 7500만 개의 범주로 나누었죠. 샤윈스키 혼자 했다면 124년이나 걸렸을 일이에요.
갤럭시주의 성과는 단순히 아름다운 성운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논문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졌어요. 과학 발전의 수혜자에 머물던 일반인들을 연구 참여자로 당당히 격상시킨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대규모 ‘협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죠.이후 갤럭시주 프로젝트의 뜻이 계승돼 여러 과학 분야에서 아마추어 과학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례가 늘어났어요. 주니버스 프로젝트가 그 예인데요, 주니버스 프로젝트에서는 천문학을 비롯해 생물학, 지질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데이터를 누구나 직접 분류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이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얻은 집단의 지적 능력을 ‘집단지성’이라 부릅니다. 집단지성은 개개의 미미한 힘이 서로 합쳐질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개체의 능력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