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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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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

꽃말로 보는 오필리아의 비극

척 봐도 심상치 않은 이 그림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한 장면, 오필리아의 죽음을 주제로 삼았어. 오필리아가 왜 강물에 빠졌는지 <햄릿>의 줄거리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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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선왕인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고, 삼촌 클로디어스가 왕위를 물려받았어. 그런데 알고 보니 삼촌이 왕좌를 탐내 햄릿의 아버지를 독살한 게 아니겠어? 복수를 다짐한 햄릿은 삼촌을 기습하려다 착오로 충직한 신하 폴로니어스를 죽이고 말아. 폴로니어스는 햄릿이 사랑하는 연인 오필리아의 아버지이기도 했지. 한순간에 애인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오필리아는 그만 미쳐버리고 말았어. 오필리아는 현실에서 도피해 들판에 나가 화환을 만든 뒤 버드나무에 기어 올라갔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강물에 빠져버리지. 물속에 잠긴 채 노래를 부르던 오필리아는 익사하게 돼. 작품은 바로 이 장면을 그렸어. 

그림 속 오필리아는 수면 위에 유령처럼 떠 있고, 옷자락은 인어의 꼬리처럼 너울거리며 퍼져 있어. 물을 먹은 드레스가 무거워서인지 몸통 부근이 서서히 잠기기 시작하네. 노래를 부르려 벌어진 입은 죽음이 가까워져서인지 탄식을 내뱉는 것 같기도 해. 오필리아의 두 손은 양쪽으로 벌어져 있는데, 이것은 기독교에서 ‘오란스’라 부르는 기도 자세야. 죽은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신에게 부탁할 때 취하는 자세라고 해. 그러니 두 손을 벌린 오필리아는 비극적 운명을 받아들이는 한편 스스로 신에게 구원을 청하는 것이라 볼 수 있어. 이런 묘사 덕에 작품은 우울한 느낌을 자아내는 동시에 고상한 분위기도 전하지.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
존 에버렛 밀레이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고, 열한 살이란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영국 아카데미 학교에 입학했다. 화가 경력 초중반 시기, 그는 영국에서 결성된 ‘라파엘 전파’에 속해 활동했다. 라파엘 전파는 르네상스 미술가였던 라파엘로(1483~1520) 이전에 성행한 중세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 문학 작품 등 진지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자연과 사람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법이 특징이다. 밀레이는 작품 활동 후기엔 라파엘 전파 기법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형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특히 19세기 말부터는 늪이나 황야, 호수를 그린 풍경화 작업에 집중했다.

자연 곳곳에 숨은, 오필리아를 기리는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