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한반도 지도가 있어. 서쪽 바닷길을 따라 충청남도를 지나 전라북도에 다다르면 처음 만나게 되는 항구 도시가 있지? 거기가 바로 군산이야.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비단 금(錦)자를 쓰는, 남한에서 세 번째로 긴 금강이 충청남도로 분류되는 서천과 전라북도에 포함되는 군산을 구분 짓고 있지. 군산은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이 서쪽으로 흘러 흘러 바다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서해안의 대표적 항구도시야.
지금은 서천과 군산 사이에 둑을 만들어 육지로도 다닐 수 있게 이어놓았지만, 둑이 없었던 옛날에는 서천 사람들과 군산 사람들이 배를 타고 서로 왕래했다고 해. 버스가 드물던 시절엔 배가 가장 중요한 운송 수단이자 대중교통 수단이었거든. 군산의 수산물이 연락선을 이용해 충남 내륙지방까지 운반되었고, 인근의 학생들은 배를 타고 군산으로 통학했지. 그 흔한 교통 정체도 없어 충남 서천에 살던 학생들이 군산에 있는 학교까지 15~20분이면 올 수 있었다고 하니, 놀랍지 않니?
특히 1899년 군산이 개항하고, 사람이 노를 저어 나아가는 돛단배가 아닌 기계의 힘으로 추진 동력을 얻는 ‘동력선’이 등장하면서 충남 강경(논산시 소재)에서 군산까지 이어지는 금강 주변의 마을들이 자연스럽게 군산을 중심으로 ‘1일 생활권’으로 편입되었다고 해. 강경은 지금은 행정구역상 충남 논산시에 소속된 ‘읍’이지만, 조선 후기에는 금강에서 가장 큰 포구가 위치한 곳이었어. 조선 후기 3대 시장을 꼽으라면 평양, 대구, 그리고 강경 시장이 꼽힐 정도였지. 그런 강경 포구에서 오전 10시경 ‘강경호’를 타면 금강을 따라 세 시간 만에 군산에 도착, 서너 시간 일을 보고 오후 배로 다시 돌아가는 생활이 가능해진 거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고.
워낙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보니 여객선에는 거의 항상 승선 가능한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타고 다녔다고 해. 본래 80명 정도만 타야하는 배인데, 200명 정도를 싣고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지. 때문에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어. 1954년 행운호라는 여객선이 서천의 지포 선착장에서 암초에 부딪혀 침몰한 거야. 이때 66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 더욱 마음 아픈 건 희생자 대부분이 군산으로 통학하던 어린 학생들이었단 사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