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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설과 함께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추석. 추석까진 한 달 정도 남았지만, 벌써 마음은 유난히 긴 추석 연휴에 가 있지.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신라 초기부터 추석은 큰 명절이었어. 《삼국사기》에 실렸던 신라 초기 추석 행사를 스포츠 기사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부터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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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 Battle, 승리의 여신은 어느 팀에?  

유리 이사금 9년(서기 32년) 음 7월 16일
[스포츠 서라벌] 올해도 가배(嘉俳) 시즌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오늘부터 한 달간 공주배 길쌈(베짜기)대회가 시작된다. 배틀을 펼칠 두 팀은 신라 공주 두 명을 주장으로, 6부 각지에서 길쌈 능력을 보유한 여성 모두가 선수로 참가해 각각 3부씩 팀을 나눈다. 양 팀 모두 오늘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매일 이른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베를 짜게 된다. 심사는 완성된 베의 양, 품질, 등 여러 기준에 의거하며, 총점으로 승부를 가리게 된다. 
경기 기간 내내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할 전문 의료진도 대기하게 된다. 한 달 내내 종일 베틀에 앉아 시합에 임하는 선수들은 과로, 각종 디스크, 소화장애 등의 질병에 노출되기 때문.   
시합 종료 후 가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시상식을 겸한 축제가 열린다. 우승팀은 패배한 팀의 사례를 받게 되며, 패배한 팀은 술과 풍성한 음식 외에도 〈회소곡(會蘇曲)〉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춤과 노래 공연이 밤늦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추석에 즐기는 모두의 스포츠

추석의 다른 이름 ‘한가위’가 윗글에 등장한 ‘가배’에서 파생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봤지? 근데 무려 서기 32년이라니, 추석이 정말 오래된 게 실감 나네. 혹자는 길쌈 대회를 추석의 시작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 이전부터 음력 8월 15일에 이러한 시합과 축제를 여는 관습이 굳어졌다는 게 정설이야.

근데 베짜기가 노동이지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냐고? 솔직히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그래도 편을 갈라서 시합했던 점이나 성대한 뒤풀이 잔치를 보면, 길쌈 시합은 스포츠 경기의 성격이 짙었던 거 같아. 스포츠의 특징이 바로 선수도 관람객도 한마음이 되는 단합 효과잖아. 초기 신라는 여섯 부족들이 모인 연맹국가라 부족장 회의로 왕을 추대했어. 왕권은 물론 부족 간 결속력도 별로 강하지 않았지. 때문에 남녀노소, 지위가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어울려 놀 만한 대규모 행사가 필요했어. 

신라뿐 아니라 고구려나 백제, 역사에 등장한 대부분의 연맹국가도 마찬가지여서, 추석은 아니어도 매년 여러 부족들이 함께하는 행사를 열었어. 바로 제천 행사야. 하늘에 지내는 제사가 주요한 것이지만 왕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모여 함께 놀았지. 국가 개념이 희박하던 연맹국가에 이는 꼭 필요한 행사였고, 한편으로는 나라 규모가 작아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