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네가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중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면 누굴 택할래? 두뇌 수준으로 보면, 아이언맨과 헐크가 비슷하지만 힘으로야 헐크가 월등해. 영화 ‘어벤져스’에는 로키가 아이언맨을 협박하는 장면이 있어. “나에겐 군대가 있다(I have an army).” 이 말에 아이언맨이 이렇게 대답하지. “우리한테는 헐크가 있지(We have a Hulk).” 헐크는 대규모 군대에 맞먹을 정도로 강해. 원작에서 헐크의 파워레벨은 10+(참고로 스파이더맨의 파워레벨은 8, 아이언맨은 9)야 .
그런데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헐크가 되고 싶다는 사람은 드물 거야. 헐크는 뛰어난 과학자 브루스 배너 박사가 화가 나면 드러나는 또 다른 인격체야. 배너 박사는 이 과정을 컨트롤할 수 없어. 헐크와 배너 박사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재하면서 상대를 존중하고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고, 고마워하기도 하면서 지내지.
그런데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없다면 그건 내가 맞을까? 아마 이 어색함이 헐크 희망자가 드문 이유일 수도 있어. 배너 박사에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그는 뭐라고 답할까?
헐크라는 캐릭터는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왔어. 지킬박사는 자신의 인격을 둘로 나누는 약을 만들어서 낮에는 존경 받는 지킬 박사로 살지만, 밤에는 범죄자 하이드가 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 지킬 박사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아니다, 답할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