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중국음식점을 찾은 날. 짜장면과 짬뽕 가운데 뭘 고를지 잠시 고민을 하다 한 가지 음식을 결정해요. 그러면 한 친구가 나서서 “우리 탕수육도 한 접시 주문하자”고 제안하죠. 여기저기서 “좋아, 좋아” 소리가 터져 나오고, 사람 수를 고려해 탕수육 대大자를 하나 주문해요.
그렇게 주문한 음식들이 모두 나오면, 이때부터 한 가지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어요. 바로 약속이나 한 듯이 탕수육을 먼저 먹기 시작한다는 거죠. 실제로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테이블 위를 살펴보면, 탕수육 접시는 깨끗이 비워져 있고 다들 각자 주문한 짜장면이나 짬뽕을 맛있게 먹고 있어요. 뭐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학생들은 자신들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는 절대공감할 거예요.
그렇다면 왜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을 때 대부분 탕수육이 먼저 사라지는 걸까요? 탕수육이 짜장면보다 더 맛있어서? 아니면 탕수육이 더 비싼 음식이라서?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모두가 함께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에요. 짜장면이나 짬뽕은 내 몫이 정해져 있지만 탕수육은 내 몫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빨리 먹으면 먹을수록 더 많이 먹을 수 있죠. 그 때문에 탕수육이 짜장면보다 먼저 없어지는 거예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탕수육과 짜장면을 예로 들었지만, 이처럼 소유권이 명확한 자원과 불명확한 자원이 섞여 있을 때 소유권이 불명확한 자원이 훨씬 빨리 고갈되는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해요. ‘공유지’란 사유재산권이 인정되기 어려운 하늘, 바다, 호수, 숲, 공기와 어류 등을 이야기하죠. 만약 개인에게 소유권이 부여됐다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아끼려 노력하겠지만, 공공이 함께 사용하다 보니 제대로 관리되기 어려워 쉽게 고갈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