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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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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예술 그리고 신화

2019년 마르셀 뒤샹 展 전시는 뒤샹 서거 5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과 뒤샹 작품을 최다 보유한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150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아카이브 등을 소개한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뒤샹의 변기 ‘샘’이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 뒤샹의 회화와 미니어처 여행 가방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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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뒤샹의 변기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그리고 나도 며칠 전 시계 침이 정오에 닿을 무렵 ‘샘’과 조우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변기,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변기, 미술 세계에 빅뱅을 일으킨 그 역사적인 변기 앞에 내가 서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공중화장실에서나 보던 남성 소변기가 유리 박스 안에서 뽀얀 우유 빛깔을 뿜으며 숭고한 자태로 무심히 관객을 응시한다.  ‘이게 그 변기야?’라는 속삭임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뒤샹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회화는 망했어!’ 레디메이드의 탄생

1912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입체파 화가 레제, 조각가 브랑쿠시와 함께 파리항공박람회에 참석해서 전시품을 관람하던 중 정밀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비행기 프로펠러를 보게 된다. 그림도 조각도 아닌 공학 기계가 보여주는 디자인의 미학과 스케일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감동에 휩싸인 뒤샹은 옆에 있던 브랑쿠시에게 이렇게 말한다.

“회화는 망했어!(Painting is washed up!)" 

개념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년 뒤 뒤샹은 흰색의 작은 스툴 위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박은 ‘자전거 바퀴’라는 작품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4년 뒤인 1917년 <샘(​fountain​)>을 들고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