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관한 법을 알아보는 시간. 가족 관계에 법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까 싶겠지만, 만일 법이 없더라면 가족은 한시도 유지될 수 없다. 가족이 어떻게 형성되었나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가족을 구성하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다. 혼인과 혈연, 입양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혼인은 일종의 계약이다. 서로 좋아하고 아껴주고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서 결혼을 하는 건데, 무슨 이해관계 따지듯 말하냐며 놀라는 사람도 있겠다. 결혼 계약은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어떤 계약보다 포괄적이고 미래를 강력하게 구속하는 효력을 발휘한다.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혼인 신고를 한다. 혼인 신고서가 일종의 계약서다. 평생 함께 살기로 계약을 한 것이고, 만약 이에 따라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를 어느 한쪽이 어기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혼을 할 경우 바람을 피우는 등 잘못한 쪽이 위자료를 내놓아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금전 계약과는 다르게 가족을 구성하면 신분이 바뀌는 등의 변화가 있으므로 국가가 계약에 관여하고 철저하게 계약 요건을 검증한다.
옛날에는 국가에서 부부가 되려는 사람이 동성동본인가를 일일이 확인했다. 예를 들면 경주 김 씨끼리의 결혼을 국가가 나서서 못하게 했다. 1000년 전의 조상이 같았다는 이유로 혼인을 금지한 것이다. 유교 국가의 전통이 만들어낸 악습이었다. 그래서 개인의 결정을 억압하는 잘못된 규정이라며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오다가 헌법재판소가 동성동본 금혼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때 유림[1]과 생물학자, 여성단체 등 각계각층이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내놓았다. 생물학자는 가까운 친척끼리 결혼하면 유전 질환에 취약한 자녀를 낳을 확률이 높지만, 동성동본은 그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여성 단체에서는 모계 혈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계 혈통만 따지는 법규라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합리적 의견들이 모아져 동성동본 금혼을 폐지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로, 혼인에 관한 법 규정은 세세한 부분에까지 법률적 요건들을 정해놓는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결말이라는 낭만적 접근과는 확연히 달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시선으로 결혼을 보면 법률적 오해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