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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 않을 권리,

세계가 기본소득에 주목하는 이유

부자든 가난하든, 어리든 늙든, 일을 하든 하지 않든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동일하게 기본소득을 준다면 어떨까? 꿈 같고, 비현실적인 얘기 같지만 세계 곳곳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5월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본소득과 같은, 모든 이들에게 ‘쿠션’이 되어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유토피아나 다름없어 보이는 기본소득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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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숨겨진 가난. 누가 가난한가?

주위를 둘러보면 가난, 혹은 가난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난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럴 리가. 가난은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다. 또한 가난은 궁핍에 따른 고통 이외에도 고립감, 모멸감, 억눌림, 사회적 격리, 자부심 소멸 같은 다양한 고통을 동반한다.

영국 총리 마가렛 대처는 가난을 ‘인격적 결함’으로 보았다. 이렇게 직설적이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그들이 변화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런가? 우리가 가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은 정확한 사실인가?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 또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부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고, 자칫 빈곤의 길에 들어서면 다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빈곤의 덫에 걸려든다. 빈곤의 덫에 대해 고민해보자.   

한 가지 더. 자, 여기까지는 절대적 빈곤이라고 치자. 한국 사회는 절대 빈곤의 멍에는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악화하면서 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당신은 가난한가라고 묻는다면 손사래를 치겠지만, 결코 넉넉하지도 않다. 누구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의 사회지표들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의 상황에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1위다. 일자리 불안과 만성적 실업, 치솟는 집값 등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가난이 아닌 것의 경계에 있다. 하지만 복지정책도 너무나 취약하고, 부든 가난이든 대물림 현상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가난은 여러 가지 면에서 숨겨져 있다. 절대빈곤의 취약계층은 세상 한복판이 아닌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고, 대다수 사람들이 절대빈곤은 넘어섰지만 가난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벗어나 있지도 않다. 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가난은 이처럼 숨겨져 있고 감춰져 있다. 내 안에, 우리들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