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실패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앞에서 독과점 시장과 공공재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외부효과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외부효과란 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효과가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고 남에게 간다는 뜻이다. 경제 용어들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을 가리키고 있어서 단어의 뜻을 아는 것만으로는 이해가 어렵다.
실생활의 예를 보자.
유흥 시설 중에 노래방이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목청껏 부를 수 있는 시설이다. 시설을 만들 때 신경 써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방음 장치다. 우수에 젖어 발라드를 부르고 있는데, 옆방에서 신이 나서 댄스곡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면 노래 부르는 맛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노래방을 만들 때는 반주 시설도 중요하지만 방음 장치도 잘 갖춰놓아야 한다. 시설이 잘 갖춰진 노래방이 생기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에 있는 돈을 꺼내 값을 지불하고 노래를 부르러 온다. 저마다 자기들 감성에 맞는 노래를 부르고 만족해하며 노래방을 나서게 될 것이다. 노래방 주인은 돈을 벌어서 좋고, 손님은 재밌게 노래 불러서 좋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윈윈’하는 시장원리가 잘 구현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만약 노래를 부르는 곳이 노래방이 아니고 길거리라고 해보자.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밤이 되면 술에 취해 고성방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고성은 높은 소리, 방가는 노래를 부른다는 뜻으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고성방가라 한다. 술 한 잔에 취기가 오른 데다 흥겨운 노래까지 부르면 기분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입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