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7일,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주코티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를 조직한 단체도, 정권 퇴진 같은 통일된 요구사항도 없었다. 이들은 자유롭게 임시 무대에 올라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는데, 이들이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1%의 사람들이 99%의 소득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월가 점령 시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점차 규모가 커져갔고, 미국 전역을 넘어 유럽과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월가 점령 시위는 2008년 금융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2008년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고, 이에 세계 금융 시장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거대한 침체에 빠져들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10%를 넘어섰고, 저금리 정책으로 주택을 구입한 중산층들은 금리가 올라가 집을 잃거나 빚더미에 올라섰고, 다니던 직장이 폐업을 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좌절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에 힘입어 다시 사상 최대의 이익을 구가하면서 천문학적 보너스 잔치를 즐기고 있었던 반면, 일반 서민들의 삶은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 2009~2010년 미국의 경제회복 기간에 전체소득은 2.3% 성장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면밀히 들여다보니, 실제로 99% 미국인들의 경제 성장은 0.2% 수준인 반면에 상위 1%는 11.6%였던 것.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미국 상위 1%가 국가 전체소득의 9~10%를 차지하는 데 비해,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그 비율이 23.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거품이 커지면서 미국의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월가 점령 시위는 이처럼 심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를 담은 것으로, ‘우리는 99%다’는 최상위 1%에 의한 부의 독점과 소득 집중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구호로 평가된다. 한편 불평등 심화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서 여러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낯선 경제 용어로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미국발 2008년 금융위기, 잇따른 세계경제 침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 대출 상품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주택담보 대출을 해줄 때 신용도를 세 등급으로 나누는데, 서브프라임은 신용도가 가장 낮아 대출이 잘 안되는, 가장 낮은 등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