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국가에 세금을 내는 걸 싫어해.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값을 치를 때는 거부감 없이 돈을 내던 사람들도, 국가에서 세금 고지서를 발부하면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 경우가 많아. 아마 대가 없이 돈만 낸다는 기분이 들어서겠지?
그렇지만 국가가 그냥 돈만 뜯어가지는 않아. 왕조 시대라면 모를까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그런 일을 할까! 공기와 물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서 미처 인식하지 못할 뿐, 주변을 둘러보면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재화가 곳곳에 아주 많아.
국가가 제공하는 재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도로가 있어. 기업이 건설해 운영하는 민자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로는 국가가 길을 닦아서 사람들이 공짜로 사용하게 만들어. 엄밀하게 따지면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돈을 내는 것처럼 일반 도로에서도 사용료를 내는 게 경제적으로 합당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걷거나 운전을 하며 빈털터리가 되고 말 거야. 그래서 국가가 세금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사람들이 공짜로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
국방과 치안 서비스도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 군인과 경찰은 정부가 제공하는 안전 서비스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고, 정부는 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대가로 월급을 주지. 국방 예산은 우리나라 예산의 14%가 넘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모두 세금으로 충당돼. 요즘은 개인별로 보안서비스를 신청하여 값을 지불하고 쓰는 경우가 많지? 정부는 대한민국 전체를 지키는 보안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돼. 국가가 국민을 위해 이런 것들을 공짜로 시행하는 건 당연하지 않냐고? 그래도 일단 이런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돈이 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큰일들을 국가에서 해주니 얼마나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