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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민주주의도 원칙이 필요하다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제는 국민들의 대표가 국가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의 의사가 모두 반영될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숙의 민주주의’이다.
국민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해 공론화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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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수행 평가를 위해 ‘정치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발표를 준비하며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시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정치인은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수행 평가를 계기로 대의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처음 생각해보았고, 이후로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정치를 학문으로 배우면서 대의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게 됐다. 고민의 계기가 된 것은 정치학개론 수업 중 교수님이 한 말이었다. 국회의원에 관한 설명을 하던 중, 교수님은 문득 “국회의원을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해 선출하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평소에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처음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법을 다루는 일인데 추첨으로 뽑힌 사람들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의문은 몇 주 후 다른 수업을 듣던 중 해결되었다. 그 수업의 교수님은 “어떤 사람이 대표가 되든 국가가 큰 문제 없이 운영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 정치  시스템이 잘 조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의사 결정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가의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국회의원을 추첨해서 뽑자’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인들도 국가의 의사 결정에 충분히 참여할 능력이 있으며, 이러한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대안으로서의 숙의 민주주의[1]

아테네와 같은 고대 도시 국가들과는 달리 오늘날의 국가들은 그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모든 국가 구성원이 모여 토론하고 투표를 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은 불가피하게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출된 대표가 모든 시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기초단체장, 국회의원의 구성이 ‘5·60대 고학력 남성’과 같이 특정 계층을 과도하게 대표하고 있을 경우 더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다. 이에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숙의 민주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