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태어난 나는 인터넷에 꽤 친숙한 세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겼고, 포털사이트를 이용해서 모르는 것을 검색했다. 방영시간을 놓친 만화영화를 웹에서 찾아보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놀기도 했다. 엄마의 핸드폰에 깔려 있던 노래방 어플을 이용해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에 700원 쯤(다시 생각해 보니까 꽤 큰 돈이다. 2000년대 초반에 700원이라니)주고 다운받아서 종일 틀어놓기도 했고.
워낙 인터넷을 가까이하고 살아와서 그런지 인터넷 없는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시대가 오며 우리의 생활 방식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도 그렇다. 나는 중학생 시절 좀 쿨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누구나 그렇잖아요)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곤 했지만, 그마저도 번거로워져서 금세 MP3로 갈아탔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며 MP3플레이어를 대체한 건 스트리밍 사이트들이다.
예전엔 직접 음악을 다운받거나, 정식 발매된 CD를 리핑[1]하여 MP3에 집어넣곤 했다. 이제는 그런 수고를 할 필요 없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듣는다. 물론 듣고 싶은 음악이 사이트에 없을 때도 있지만, 음악 라이브러리가 워낙 방대해서 웬만한 노래는 다 들을 수 있다. 정말 편한 세상이다. 이제 굳이 음반 매장에 갈 필요도 없고, 음원을 다운받기 위해 MP3를 매번 컴퓨터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노래를 추가할 때마다 MP3 용량이 다 차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는 일도 없다.
인터넷이 보급된 뒤 생활은 엄청 편해졌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생겼다. 중학생 때는 음악 앨범을 사러 직접 교보문고까지 가곤 했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새 앨범이 나오길 기다리던 날들이 기억난다. 전날 밤부터 학교가 끝나고 앨범을 사러 갈 생각에 신이 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새 음악이 나오면 바로 유튜브에 뮤직비디오와 노래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방 안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신곡을 들을 수 있다. 만화방과 비디오 대여점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