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C 돌풍’이 거세다. 지금 미국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20대 여성이자 전직 웨이트리스 출신인 코르테즈는 2018년 뉴욕 주 하원의원에 선출됐다. 그녀는 미국 민주당의 10선 의원이자 권력 4인방 가운데 하나인 조 크롤리를 경선에서 무너뜨렸다. 지난 14년 동안 그 누구도 ‘감히’ 조 크롤리의 경선 후보로 나서지 못했다. 그는 뉴욕 기득권 네트워크의 넘사벽 상징이었다. 20대 노동자 출신의 여성 도전자 코르테즈는 오직 풀뿌리에 기반한 선거 캠페인으로 거함(巨艦)을 무너뜨렸고 이는 민주당, 공화당으로 상징되는 거대 기득권 정치에 대한 하나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우리를 위한 정치인을 원한다”는 슬로건은 현실정치에 대한 부드럽고도 아픈 역설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Knock down the house)>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업로드됐다. 여기에는 코르테즈를 비롯해 미국의 의료보험제도 때문에 치료가 가능한 딸을 잃은 에이미 빌렐라, 비무장 상태인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시위 과정에서 정치적 각성을 시작한 간호사 코리 부시, 석탄회사 때문에 암을 비롯한 질병에 시달리는 가족과 주민을 위해 출마를 선언한 광부의 딸 폴라 진 등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주민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득권 정치에 대항한 노동자 출신의 선거 출마 운동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코르테즈를 좀 더 알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다. 뉴스 보도는 항상 단편적이고 화제 중심으로 다뤄진다. 그녀의 삶과 정치적 비전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천연덕스럽게 그 일을 해낸다. 넷플릭스가 순식간에 1억 3000만 명의 유료관객을 끌어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넷플릭스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어느 날 문득 우리 앞에 가져다 놓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에 대한 전방위적인 접근성은 넷플릭스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뉜다. 우리는 매월 커피 두세 잔 값만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양질의 전 세계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가격의 관점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구매 행위는 넷플릭스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될 것이다.
넷플릭스를 보는 것은 아주 쉽지만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넷플릭스 자체에 대한 담론은 거의 생산되지 않는 이유다. 넷플릭스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보통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고 퉁친다. OTT(Over The Top)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정의할 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말은 충분한가? 그럼 IPTV는? 아프리카TV는? 유튜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