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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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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해설

《밈》,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우리의 의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나’라고 느끼는 나는 도대체 뭘까? 내 의식도 내 몸처럼 물질로 이루어져 있을까? 내가 ‘나’라고 느끼는 것은 내 뇌 속에서 떠도는 전기 신호나 화학 물질에 불과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선천적이며 탁월한 모방 능력이 있다. 한 사람의 뇌 속에 있는 밈은 행동이나 말 혹은 글 등으로 표현되고, 그것들은 모방 능력에 의해서 다른 사람의 뇌 속으로 퍼진다. 그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모방되는 밈들은 살아남고 다른 밈들은 도태된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은 사실 모방되기 쉬운 행동이었기 때문에 우리 사이에서 널리 퍼졌고, 우리의 뇌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가 믿는 자유의지는 허구다. 우리의 말과 행동은 밈과 유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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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뻥’이냐고?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예전에 저지른 부끄러운 실수가 떠올라 베개를 팡팡 때려본 적 있니? 다시는 이런 실수를 안 하겠다는 다짐, 이 실수를 통해 뭔가 배웠다는 생각, 그래서 실수 전의 ‘나’와 실수 후의 ‘나’가 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 부끄러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실수한 걸 어쩌겠니? 살면서 이불에 오줌 한 번 안 싸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 부끄러운 줄 모르고 했던 일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부끄러운 경우가 우리 기억에 남는 거지. 그런데 희한하지? 그때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 일이 왜 나중에야 내 마음속에 부끄러운 일로 남게 되었을까? 

사람은 잘 변해. 하루가 다르게 생각이 바뀌지. 나는 장래희망이 한 서른 번쯤 바뀐 거 같아.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들은 참 다양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 TV, 라디오, 노래 가사, 시나 소설, 만화처럼 말이나 글로 전달되는 것들이 우리 마음을 쉽게 들쑤셔 놓곤 하지. 때로는 밤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다 2펜스짜리 동전을 떠올리기도 하고, 별을 바라보다가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기도 하는 게 우리들,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