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상적으로 뇌에 잔상을 남기는 강력한 권력의 화신, ‘대중문화’에 쉽게 휩쓸려 가지 않으려는 소박한 저항의 시도들을 담은 결과물이다. 우리 삶에 교과서이자 매뉴얼 역할을 하게 된 대중문화에 대한 개인적 저항의 경로를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에서는 철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약 스무 편의 영화와 방송 광고를 삐딱하게 바라보며 그 안에 숨겨진 대중문화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그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무심코 많은 것들을 지나쳐왔는지 깨닫게 된다. 혹자는 왜 그렇게 쓸데없이 따지며 피곤하게 사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그렇게 편안한 인생이 좋으냐고.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외부의 모든 자극들을 있는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주체적이고 인간다운 삶인지, 그것이 식물의 삶과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고 싶다.
앞서 ‘식물과 같은 삶’을 잠깐 언급했는데, 책에서 첫 번째로 다루는 문제 역시 거대한 권력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온실 속 꽃처럼. 그것은 미래 정보 사회의 디스토피아적 상상일 수도, 상업적 매스미디어의 이기적 기획일 수도 있다.
테리 길리엄의 영화 <브라질(Brazil, 1985)>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되고 정부가 사회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시대. 공무원은 모두 같은 제복을 입고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시행한다. 극단적으로 관료화된 미래. 그런데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타자기 자판에 파리 한 마리가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터틀(Turtle)이라는 반정부주의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서가 파리로 인하여 버틀(Burtle)이라는 사람을 잡으라는 명령으로 바뀌어 버리고, 터틀 대신 무고한 시민 버틀이 체포된다. 오직 상부의 명령과 서류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공무원들의 습성과 그것으로 움직이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