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란, 하나의 유산遺産으로 전래되고 전수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전통’이란 ‘지난 세대에 있었던 무언가가 그 이후에 계통을 이루어 전해지는 모든 것’이다. 전통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신념, 관행, 제도 및 정신적·심리적 측면까지를 아우른다. 간단히 말해 옛날부터 살아온 생활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통에는 풍속과 주거형태, 건축양식, 음악, 미술, 종교, 사상, 가치관 등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다. 좁게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문화유산만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은 과거로부터 연속성을 가진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어느 시대에는 잊혀 있던 것이 후대에 와서 전통으로 되살아나는 일도 빈번하다. 왜냐하면 전통은 당대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재평가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의 재평가가 전통의 기본이기 때문에 단순히 옛것, 인습因習, 또는 누습陋習은 전통이라고 보지 않는다. 따라서 전통은 종종 현대적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곤 한다.
전통 역시 일종의 가치체계라 볼 수 있다. 과거로부터 전해진 문물뿐 아니라 생활방식이나 가치관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사회가 급변하면 그 요인이 외래적인 것이든, 기술의 발전에서 기인한 것이든 종래에 이어오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을 변화시킨다. 이때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가 충돌하고 이는 세대 간의 차이에 의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의 경우 근대화를 겪으며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가 극심한 충돌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산업화에 밀려 전통의 상당부분이 폐기되기도 했다. 즉, ‘전통’이 ‘과거의 것’ ‘낡은 것’으로 사회발전의 발목을 붙드는 장애물처럼 치부됐던 것이다. 현대화의 과정을 거치며 밀려든 서구문물과 우리의 동양적 가치가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은 대체로 조선시대의 유교윤리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그렇게 단순화시키기는 어렵다. 불교나 도교의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중심의 윤리를 중시했고, 그 결과 효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으며,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강조해왔다. 이에 비해 서구의 현대적 가치관은 산업사회의 바탕 위에 마련되었다. 자연히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중시하고,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차이는 매우 극명한 편이어서 우리사회가 농경사회에서 근대화를 거쳐 산업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서구적 가치관과 전통적 가치관이 충돌하게 되었다.